- - 관광객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
유럽 주요 관광도시에서 “관광객은 더 이상 환영받지 못한다”는 메시지가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은 외국인 관광객 1억 명 시대를 앞두고 관광 분산 전략을 추진하고 있고, 베네치아는 당일치기 관광객 입장료를 최대 50유로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히 관광객이 많다는 것이 아니다. 관광객이 몰리면서 주택이 숙박 상품으로 전환되고, 임대료가 오르고, 주민이 밀려나는 구조가 도시의 생존 문제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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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은 오랫동안 지역경제의 성공 공식이었다. 관광객이 오면 숙박업이 살아나고, 음식점과 상권이 성장하며, 지방정부 세수도 늘어난다. 그래서 많은 도시는 더 많은 관광객, 더 많은 항공편, 더 많은 축제를 목표로 삼았다. 그런데 유럽 주요 관광도시는 지금 정반대의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는 관광객을 더 받을 수 있는가?”가 아니라,
“주민이 계속 살 수 있는 도시인가?”이다.
스페인은 올해 외국인 관광객 1억 명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며, 관광이 국내총생산의 12%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큰 산업이 됐다. 그러나 가디언은 스페인 정부가 이제 전통적인 해변 관광지의 압력을 줄이고, 내륙·비인기 지역으로 관광 수요를 분산시키려 한다고 보도했다. 관광이 성공했기 때문에 오히려 주거비, 환경, 지역 공동체 문제가 커졌다는 판단이다.
베네치아도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베네치아는 이미 당일 방문객 입장료 제도를 도입했지만, 새 시장은 혼잡한 날 입장료를 30~50유로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 입장료가 관광객 수를 크게 줄이지는 못했지만, 도시는 관광 흐름을 관리하고 도시 유지비를 충당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 제도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즉, 유럽의 반관광 정서는 관광객 혐오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관광경제가 주거경제를 압도하는 현상에 대한 반발이다.
숨은 진짜 이유는 집값이다
오버투어리즘의 핵심은 거리 혼잡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집이다. 관광객이 늘면 숙박 수요가 증가한다. 호텔만으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 주택이 단기 임대시장으로 들어간다. 집주인 입장에서는 장기 임대보다 관광객 대상 단기 임대가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그러면 주민이 살던 집은 점점 숙박 상품이 된다.
이 과정에서 도시는 이상한 방향으로 바뀐다. 관광객은 늘어나는데, 주민은 줄어든다. 상권은 활발해지는데, 동네는 비어간다. 도시는 유명해지는데, 그 도시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줄어든다.
스페인 메노르카에서는 “관광이 우리를 짓누른다”는 구호를 들고 주민들이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관광이 주택, 물, 노동, 인프라에 부담을 주고 있으며, 주민들이 자기 집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도 스페인과 포르투갈 주민들이 관광을 지역 주거위기와 임대료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지점에서 관광 문제는 경제 문제가 아니라 생활권 문제가 된다. 관광객이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하루나 며칠이지만, 주민은 그 도시에서 살아야 한다. 도시가 관광객에게만 최적화되기 시작하면, 주민의 일상은 비용이 된다.
플랫폼 경제가 도시를 바꾸고 있다
이번 이슈를 이해하려면 Airbnb 같은 단기임대 플랫폼을 빼놓을 수 없다. Airbnb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플랫폼은 빈방과 여행 수요를 연결했고,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숙박 선택지를 만들었다. 그러나 플랫폼이 커지면 주택의 성격이 바뀐다. 집은 거주 공간이 아니라 수익형 숙박 상품으로 계산되기 시작한다.
과거 관광산업은 호텔, 여행사, 항공사 중심이었다. 지금은 플랫폼이 수요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관광객은 앱으로 숙소를 찾고, 집주인은 플랫폼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 방을 내놓는다. 이 구조에서는 지역 주택시장이 글로벌 관광 수요와 직접 연결된다. 이것이 플랫폼 경제의 힘이자 위험이다.
서울의 원룸, 제주도의 단독주택, 부산의 오피스텔이 더 이상 지역 주민만을 위한 주거공간이 아닐 수 있다. 글로벌 관광객, 워케이션 수요, 장기 체류 외국인, 디지털 노마드 수요와 경쟁하게 된다. 주택시장이 관광시장과 연결되면, 지역 주민의 임대료는 지역 임금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단기임대 규제는 이미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Airbnb는 한국에서 2024년 10월부터 신규 숙소에 숙박업 허가 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존 숙소도 2025년 10월 16일까지 관련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이는 한국에서도 단기임대가 더 이상 단순한 개인 부업이 아니라, 허가·안전·세금·주거질서와 연결된 제도 영역으로 들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은 아직 유럽이 아니지만, 방향은 비슷하다
한국은 아직 베네치아나 바르셀로나 수준의 반관광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된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구조적 조건은 빠르게 만들어지고 있다.
첫째, 외국인 관광객이 회복되고 있다. Reuters는 2026년 3월 한국의 외국인 관광객 수가 월간 기준 사상 최고치인 206만 명을 기록했고, 1분기 전체 외국인 방문객도 476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3%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K-팝과 한류, 특히 대형 문화 이벤트가 관광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한국 정부도 관광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6년 업무계획 관련 자료는 K-관광을 통해 방한 관광객 3천만 명 달성을 가속화하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셋째, 지역은 관광객이 필요하다. 인구 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지방정부는 관광을 통해 유동인구를 늘리고, 상권을 살리고, 지역 브랜드를 만들려 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지역은 관광객이 필요하지만, 관광객이 너무 빠르게 늘면 주민이 밀려날 수 있다. 관광은 지역을 살릴 수 있지만, 잘못 설계되면 지역을 숙박 상품으로 바꿀 수 있다. 지방정부는 관광을 유치해야 하지만, 동시에 주민의 주거권과 생활권을 보호해야 한다.
제주도, 부산, 강릉, 서울 북촌·성수·홍대·명동 같은 지역은 모두 이 질문과 연결될 수 있다. 관광객이 늘어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그 결과 동네 임대료가 오르고, 생활상권이 관광상권으로 바뀌고, 주민이 떠난다면 그것은 지속가능한 관광이 아니다.
지역 소멸과 오버투어리즘은 반대말이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 소멸과 오버투어리즘이 서로 반대 현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같은 뿌리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역 소멸은 주민이 줄어드는 문제다. 오버투어리즘은 관광객이 너무 많은 문제다. 겉으로 보면 정반대다. 그러나 둘 다 질문은 같다.
그 지역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의 삶이 유지되는가?
어떤 지역은 사람이 너무 없어 사라진다. 어떤 지역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 주민이 떠난다. 결국 두 문제 모두 “정주 인구의 붕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관광객은 지역을 방문하지만, 주민은 지역을 유지한다. 학교, 병원, 시장, 동네 식당, 골목 상점, 지역 공동체는 주민이 있을 때 작동한다. 관광객만 남은 도시는 소비 공간은 될 수 있어도 생활 공간은 되기 어렵다.
그래서 관광정책은 더 이상 “몇 명을 유치했는가”로만 평가할 수 없다.
앞으로는 다음 질문이 더 중요해진다. 관광객이 늘었을 때 주민 소득도 늘었는가. 관광 수익이 지역에 남았는가. 주택이 숙박업으로 과도하게 전환되지 않았는가. 청년과 고령자가 계속 살 수 있는 임대료가 유지되는가. 관광객 동선과 주민 생활권이 충돌하지 않는가.
지방정부 규제는 ‘반관광’이 아니라 도시 생존 전략이다
베네치아의 입장료, 바르셀로나의 관광임대 규제, 스페인의 관광 분산 전략은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관광객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관광을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설계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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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지방정부도 이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 관광객 유치만으로는 부족하다. 숙박 총량, 단기임대 등록, 생활권 보호, 지역상권 배분, 교통 혼잡, 쓰레기 처리, 물가 상승을 함께 봐야 한다.
특히 Airbnb 같은 플랫폼 경제는 지방정부가 전통적인 숙박업 규제로만 대응하기 어렵다. 호텔은 눈에 보이지만, 플랫폼 숙소는 분산되어 있다. 관광객 수는 늘어나는데, 주민 불편과 주택 전환은 골목 단위로 나타난다. 따라서 지방정부는 다음과 같은 데이터 기반 관리 체계가 필요하다.
단기임대 등록 현황, 숙박업 허가 여부, 지역별 임대료 변화, 관광객 동선, 주민 민원, 상권 변화, 생활인구와 정주인구 변화 등 이 데이터를 결합해야 관광정책이 도시정책이 된다.
K-NEWS 결론
유럽의 반관광 시위는 단순히 관광객이 많아서 발생한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관광산업이 주거, 플랫폼, 지방정부, 도시 생존 문제와 충돌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한국은 지금 관광 회복과 지역 활성화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광객이 늘어난 도시에서 주민도 계속 살 수 있어야 한다.
오늘의 핵심은 관광객을 환영하느냐 거부하느냐가 아니다.
진짜 질문은 관광으로 도시를 살릴 것인가, 관광 때문에 도시가 주민을 잃을 것인가이다.
한국은 어디에 있는가?
| 영역 | 한국 연결성 | 핵심 쟁점 |
|---|---|---|
| 집값 | 관광지 주택의 단기임대 전환 가능성 | 주민 임대료 상승과 정주권 약화 |
| 지역 소멸 | 관광객 유치가 지역 활성화 수단으로 사용 | 유동인구 증가가 정주인구 회복으로 이어지는지 여부 |
| 플랫폼 경제 | Airbnb 등 단기임대 플랫폼 확대 | 허가·세금·안전·주거질서 관리 |
| 지방정부 규제 | 관광세, 숙박 총량, 단기임대 등록제 필요성 | 관광 진흥과 주민 보호의 균형 |
| 도시 생존 | 관광도시의 생활권 유지 | 관광객의 도시인가, 주민의 도시인가 |
K-NEWS SIGNAL
앞으로 관찰해야 할 것
- 유럽 관광도시의 입장료·관광세·단기임대 규제가 실제 관광객 수를 줄이는지 여부
- 스페인·이탈리아의 관광 분산 정책이 주거비 안정으로 이어지는지 여부
- 한국의 Airbnb 등 단기임대 등록·허가 관리가 얼마나 실효성을 갖는지 여부
- 제주·부산·강릉·서울 주요 관광지에서 임대료와 주민 민원이 함께 증가하는지 여부
- 지방정부가 관광객 수보다 주민 정주성을 정책 지표로 채택하는지 여부
에디터 mail@k-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