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약은 지역의 진짜 가능한 문제에서 출발했는가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제작 이미지 © K-NEWS.CO.KR


“앞으로 4년은 그 변화를 군민 삶 속의 실질적인 성과로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지난 7월 김진열 군위군수가 지역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TK신공항과 스카이시티, 대구 군부대 이전을 군위의 미래 100년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으면서 이제는 하나씩 실행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런데 한 달 뒤 상황은 조금 달라졌다.  

TK신공항이 사업비 확보 등의 문제로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군위군과 의성군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두 지역은 재원 확보와 민·군 공항 일정, 주민 보상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까지 참여하는 회동을 추진하기로 했다. 김 군수도 국가사업화와 공공자금뿐 아니라 새로운 재원조달 방식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공약이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달라진 것은 공약을 둘러싼 조건이다. 어쩌면 앞으로 4년 동안 군위에서 가장 자주 보게 될 장면도 이런 모습일지 모른다. 군위는 지금 대한민국의 다른 농촌지역과는 조금 다른 시간을 지나고 있다. 인구감소와 초고령화라는 오래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동시에 신공항과 군부대 이전, 광역교통망과 첨단산업이라는 대규모 변화까지 준비해야 한다. 쇠퇴를 막는 것과 새로운 성장을 준비하는 일을 동시에 해야 하는 지역이다. 
 


김진열 군수의 민선9기 공약은…


TK신공항 조기 착공, 대구 군부대 조기 이전, 광역철도·고속도로 확충, 공항배후도시, 항공·드론·방산·미래모빌리티 산업을 하나의 성장축으로 잡았다. 도시재생과 주택, 귀농귀촌, 스마트농업, 관광, 교육과 돌봄도 함께 묶었다. 공약 자체에도 중앙정부와 대구광역시, 경상북도, 국방부, 국토교통부 등 여러 기관과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군위의 현실을 보면 이런 문제의식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군위군 자료에 따르면 2024년 말 주민등록인구는 2만2,463명이었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은 1만629명으로 47.3%였다. 14세 이하는 879명에 불과했다. 15~64세 고용률은 75.3%로 낮지 않았지만 취업자의 절반 이상이 농림어업에 종사했다. 군위의 문제는 단순히 일자리가 부족하다거나 인구가 줄어든다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농업을 중심으로 유지돼 온 지역에서 젊은 세대가 머물 수 있는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고, 동시에 아이를 키우고 노년을 보낼 수 있는 주거·교육·의료·돌봄 환경도 갖춰야 한다. 그래서 공약에는 로컬푸드 매출 200억원과 참여농가 2,000호, 스마트팜과 농산물 유통시설 자동화, 생활인구 하루 1만명, IB교육 클러스터와 국제학교 같은 목표도 들어갔다. 여기까지만 보면 공약은 군위가 안고 있는 문제를 꽤 정확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런데 공약들을 하나씩 떼어놓지 않고 연결해서 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

 

신공항이 들어오고 광역교통망이 만들어지면 기업과 산업이 들어온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사람들이 들어오고, 주택과 학교, 상권이 뒤따른다. 농업도 공항물류를 통해 새로운 판로와 수출기회를 얻는다. 군부대가 이전하면 군인과 군무원, 가족의 주거와 교육·의료·소비 수요가 생긴다. 하나의 사업이 다른 사업을 끌어가는 구조다. 계획대로 된다면 군위에는 매우 큰 기회다. 하지만 같은 구조는 반대 방향으로도 움직일 수 있다. 신공항의 시간이 늦어지면 항공물류와 관련기업 유치, 배후도시와 주택수요의 시간도 달라질 수 있다. 군부대 이전 역시 이전지가 결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지역경제 효과가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군인과 가족이 실제 군위에 살 것인지, 아이들은 어디에서 학교를 다닐 것인지, 소비는 어디에서 할 것인지가 남아 있다. 
 


서로 다른 시간


신공항은 재원과 사업일정이 다시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대구 군부대 이전은 2025년 군위가 최종 이전지로 선정된 뒤 후속 준비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군위군 계획에는 우보면 밀리터리타운, 군위읍 민군상생타운, 삼국유사면 훈련장 등이 포함돼 있다. 선거공보에서는 두 사업이 ‘군위의 양대 성장축’으로 함께 등장하지만 행정에서는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 않는 셈이다. 여기에서 군위가 앞으로 풀어야 할 조금 더 어려운 문제가 보인다. 군위의 미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일수록 군위군 혼자 결정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신공항은 중앙정부와 대구시,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등 여러 기관이 움직여야 한다. 광역철도와 고속도로 역시 군위군 예산과 권한만으로 추진할 수 없다. IB교육과 국제학교에는 대구교육청과 교육부가 관련돼 있고, 기업유치는 결국 기업의 투자결정이 있어야 한다. 군위군수가 약속했지만 군위군수가 마지막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은 사업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없다.

 

신공항 일정에 변화가 생기면 군위의 산업과 주택, 농업물류 가운데 무엇이 영향을 받는지 먼저 살펴야 한다. 군부대 이전이 빨라지면 주거와 학교, 병원, 상권이 준비돼 있는지 앞서 확인해야 한다. 기업이 들어온다면 몇 곳이 왔느냐보다 군위 주민이 얼마나 취업하고, 종사자들이 실제 군위에서 살고 소비하는지를 봐야 한다. 농업도 시설 숫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스마트팜을 얼마나 만들었느냐보다 생산성과 판로, 가격, 농가소득이 달라졌는지가 중요하다. 관광 역시 몇 명이 왔느냐보다 얼마나 머물고 무엇을 소비했는지가 지역에는 더 현실적인 문제다. 이런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군위에서 말하는 AX도 조금 다르게 보인다. 거창한 AI 시스템부터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역 밖에서 정책이 바뀌었을 때 그것이 군위의 어느 사업과 주민에게 영향을 주는지 빠르게 알아차리고, 담당부서가 대응방안을 만들고, 군위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대구시나 교육청, 중앙정부에 근거를 갖고 요구하는 것. 그리고 실행한 사업이 실제 주민의 삶을 바꿨는지 다시 확인하는 것. 그 정도부터 시작해도 행정의 작동방식은 지금과 꽤 달라질 수 있다.

 

군위는 미래사업이 부족한 지역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군위 역사에서 보기 드물게 많은 미래사업이 한꺼번에 들어오고 있다. 문제는 그 사업들이 모두 군위의 시간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4년 동안 김진열 군정의 성과를 볼 때 공약이행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 같다. 공항이 계획보다 늦어졌을 때 군위는 무엇을 먼저 할 것인가. 군부대 이전이 빨라졌을 때 무엇을 앞당길 것인가. 기업이 들어왔는데 주민의 일자리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무엇을 바꿀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하는 과정이 쌓이면 4년 뒤 군위의 모습도 조금 더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군위의 다음 4년은 계획이 예정대로 가느냐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계획이 달라졌을 때도 지역의 미래를 다시 이어갈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할지 모른다. 
 

메타쿠스연구소 제공 
 

 

 

에디터 mail@k-news.co.kr